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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7일,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흔적"

  • 작성자 사진: Admin
    Admin
  • 8월 27일
  • 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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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근심이 많을 때에 주의 위안이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시나이다" (시편 94:19)


마음이 어지러우면 주변의 모든 것이 어지럽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차 내부를 청소하면서 조금 놀란 적이 있습니다. 차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여기저기 엉망이 되어져 버린 흔적들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것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인 제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정도로 신경을 안 쓰고 살았나.."


사역이 늘어가며 이것 저것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소중한 것에 대한 소홀함이 베어 나오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한국에 계신 가족들이 그 예입니다.

이 정도로 바쁘니 이해해 주겠지.. 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건 오로지 저만 가지고 있는 마음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좋게 생각하며 서로들 넘어갈 수도 있으나, 이렇든 저렇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하는 사이임은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신경을 덜 쓰게 되어 어느새 지저분해진 자동차 내부와도 같다 느껴졌습니다.


가족을 잃은 어느 목사님께서 쓰신 글이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삼촌을 잃은 슬픈 마음에 목사님의 어린 딸이 차 안에다가 글을 썼는데, 목사님은 알아볼 수 없어, 낙서이겠거니 하고 딸을 혼내려고 불렀습니다. 그는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딸을 불러 혹시 이 낙서에 대해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딸의 얼굴이 금세 눈물로 뒤범벅이 되었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아빠, 미안해요." 아이는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단순히 잘못을 들킨 아이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라고 쓴 거니?" 아이의 슬픔에 목사님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아이는 딸꾹질을 하며 간신히 대답했습니다. "보고 싶어서 썼어요..." "언제?" "삼촌 장례식 끝나고... 묘지를 떠날 때 차 안에서요. 지우려고 했는데, 안 지워져요. 아빠, 화났어요?"


그 순간, 목사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모든 불안과 분노가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따뜻한 주님의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딸을 힘껏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아빠는 이해한단다." 아마 하늘에 있는 삼촌도 분명 이해해 주었을 겁니다.

차에 새겨진 그 서툰 글씨는 지워야 할 '낙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세상 가장 아픈 '사랑의 고백'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지러운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삶의 엉망인 부분들을 깨끗하게 지워내려 애씁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근심들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실 수 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어지러워지는 우리들의 마음이, 분주해 지는 마음이 주님으로 인해 다시 깨끗하게 정리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사랑과 위로를 담아,


조용한 밤, 홍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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